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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감기에 걸리게 된 때는 수능을 치기 약 열흘 전이었는데 그때 나는 재채기와 코감기 증세를 보였다. 진료를 받을 때 코에 들어가던 기계에 상당히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자세히는 차마 쓸 수가 없지만 다신 하고 싶지 않다. 후에 병원 한편에서 코에 대는 가습기(?)를 대고 있어야 했는데, 사용 방법을 몰라 몇 분 동안 계속 헤매고 기기를 껐다 켰다를 반복하다가 다시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잘 하지만) 아무튼 나는 하루에 한 포씩 무려 12일치의 약을 받아 왔다. 약을 먹기 싫어했던 나는 공부를 핑계로 약을 먹는 것을 밤으로 미뤘다. 12시를 넘겨서 먹기도 했다. 그러다 약을 도중에 끊으니 한 삼 일 만에 다시 죽을 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다시 약을 먹었는데 수능 전날에도 다 먹지 못해 약이 한 포를 수능이 끝나고 나서야 먹었다. 아마 약을 끊지 않고 꼬박꼬박 먹었다면 수능 며칠 전에 다 나았을 것이다.

 그렇게 약을 다 먹고 난 뒤로도 감기는 낫질 않았다. 그래서 그 끔찍한 진료 후에 다시 약을 받아 왔는데, 얼마 안 돼서 지독한 기침에 시달리게 되었다. 시도때도 없이 마른 기침이 나왔다. 약을 먹어보지만 기침이 생기기 전에 받아온 거라서 소용이 없다. 그렇게 기말고사 동안에도 계속해서 기침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공부할 맛도 안 나서 몇 과목을 망쳐버렸다. (어차피 수시 내신 점수에 안 들어가니까 괜찮다. 재수하면 정시로 가지.) 그 감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언제 낫는지 기다려서 적어 놓아야겠다. 어쨌든 내 인생에서 가장 긴 감기인 것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