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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출석본능2014. 6. 27. 23:53

  매일 이맘때면 나는 출석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한다. 덕분에 제때 잠을 자지 못해 학기 중에는 수면 시간이 모자랐다. 그럴 때면 나는 내가 10시쯤에 잠들어 7시에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놈의 출석 때문이다.


  내 출석욕이 싹트기 시작한 것은 투데이아이콘에서였다. 그 사이트는 출석할 때마다 포인트를 줬는데, 순위별로 출석포인트가 달랐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출석하기 위해 나는 노력해야 했지만, 번번히 졌다. 느린 손과 후진 컴을 가진 내가 온갖 꼼수와 빠른 손놀림으로 무장한 출석 고수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판도라의 상자라고, 출석 버튼을 미리 저장해 놓는 부정행위가 있었다. 그걸 쓰는 회원을 나는 매일 노려봤다. 하지만 나도 역시 출석의 노예. 부끄럽지만 결국은 그걸 썼다. 그후 사이트는 사람이 줄었고 나는 그때서야 출석 1등을 도맡을 수 있었다.


  그때의 울분과 한은 며칠, 십며칠간 연속으로 1등을 한다 해도 풀리지 않았다. 나는 작년 하반기에 핑크릭에 가입했다. 그곳에 출석 메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목표에 다가가기로 했다. 매일 11시 55분에 나는 초시계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출석이 언제 갱신되는지, 언제 렉이 걸리는지에 맞춰 출석 버튼을 부지런히 눌렀다. 가끔 나는 1등을 했다. 많은 회원들이 보고 있는 동안 실시간으로 1등을 거머쥔 기분은 특별했다. 1등을 하지 못한 때는 엄청난 짜증과 함께 1등을 살짝 원망했다. 그렇게 울고 웃는 나를 보면서 내가 마치 저주에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출석의 매력은 바로 승부욕에 있다. 그것을 가장 쉽고 단순한 방법으로 불태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출석이다. 그저 타이밍에 맞춰 출석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니까. 하지만 또 불확실한 것이 출석이다. 출석을 준비하는 지금 이 시간에 몇 명이 대기하고 있는지, 그 사람들의 컴퓨터나 회선 속도는 어떻게 되는지, 손은 빠른지 등의 사항이 미궁에 감춰져 있다. 그래서 1등을 쉽게 자신할 수 없다. 이걸 보면 왠지 도박이 떠오른다. 도박도 승부욕을 자극하고,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 나는 오늘 도박을, 아니 그냥 맞고를 쳤다. 파산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나는 그때 출석에서 100번 진 듯한 심적 고통을 느꼈다. 본질적인 면은 출석과 다르지 않고 그 정도만 다를 뿐이다. 내가 매일 밤 했던 것은 도박이다. 삶의 낙이 별로 없었던 때 포인트와 알량한 자존심과 위신을 걸고서 했던 도박. 그래서 거기에 울고 웃으면서도 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제 곧 출석 시간이 다가온다. 나도 모르게 안절부절해진다. 이런 자신을 성찰하는 글을 쓰면서도. 내 출석욕은 언제 사라질까. 삶의 낙이 많이 생긴다면 떨쳐낼 수 있을까. 나 자신에겐 미안하지만 난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건 다른 문제가 아니라 그저 자존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 자존심을 지키려는 노력이 꺾이는 날이 내가 출석을 그만두는 날일지도 모른다.